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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책 리뷰

아이의 정서 발달 안내서, 프랑스 육아책 《Au cœur des émotions de l'enfant》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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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간혹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된다. 아이의 행복, 정서적 독립,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개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큰 목표는 사라지고 눈앞에 있는 사사로운 일을 처리하기에 바쁘다. 아침에 골라준 옷을 입기 싫다는 아이에게 오늘은 그냥 입으라며 짜증 섞인 말투로 재촉하고,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는 아이에게 몇 번을 얘기했는데 또 위험하게 뛰어내린다며 버럭 화낸다. 양치하기 싫다는 아이에게는 지금 당장 양치를 하지 않으면 간식을 안 주겠다고 협박을 하고, 잠자기 싫다는 아이에게는 온갖 거짓말로 겁을 잔뜩 주기도 한다. 가끔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버럭'하고 나면 날카로운 말투가, 겁을 주었던 말들이, 재촉하고 억압했던 일들이 아이의 정서적 건강을 해치지는 않았는지 그때서야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이 정서 발달과 관련된 책들이 많지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 중에 Isabelle Filliozat의 《Au cœur des émotions de l'enfant》라는 책이 있다. 어린이의 감정과 부모가 자녀의 정서 발달을 이해하고 더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방법이 들어있는 책이다.

 

 

 

효과적인 양육을 위해서는 아이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자녀와 관련된 거의 모든 상황에서 부모가 고려해야 할 7가지 중요한 질문을 아래처럼 요약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은 자녀의 정서적 세계에 대한 부모의 이해를 심화시키고 자녀의 반응을 안내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1. 아이는 어떤 경험을 했나요?
   -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생각, 감정, 인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작은 사건이라도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적 이해는 결코 사소한 결과를 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

2. 아이가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 아이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면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당신은 아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 부모는 자신의 행동과 반응이 자녀에게 보내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4. 자신으 왜 이 말을 하는 걸까요?
   - 부모의 반응 이면에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기 성찰을 통해 반응이 의도와 일치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5. 부모에게 필요한 것이 자녀에게도 필요한 것일까?
   - 부모와 아이 사이에 욕구와 니즈가 일치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시 부모 자신에게만 중요한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6.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 부모가 육아에 있어서 자신의 가치와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7. 부모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 부모가 아이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결과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자립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즉각적인 편리함이나 순응보다는 양육의 장기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숙제를 거부하는 경우 부모는 짜증이나 강요로 반응하는 대신 이러한 7가지 질문을 사용하여 아이의 관점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해서 아이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피곤해서 숙제를 거부하는 경우와 아이가 숙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숙제를 거부하는 경우 부모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이와 의사소통을 해야한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에게 독립성과 학습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학업 성취를 목표로 할 수 있게 된다.


 
 

훈육과 수용의 밸런스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대부분 수용적인 태도로 변한다. 혹시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는 않을까? 내 기준이 아이에게 너무 엄격한가? 혹은 불필요하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훈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경계를 설정하고 자녀를 훈계하는 적절한 기준을 제시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육아에는 일률적인 접근 방식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떠한 상황에서 옳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마음속에 이미 만들어 놓은 답이나 기준을 지나치게 따르기보다는 개별 상황마다 부모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시시 때때 기준을 바꿔가면서 적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가 '강하게' 보였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을 양육으로 실천함에 있어 아이의 감정 표현을 억눌러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아이가 두려움, 눈물, 분노에 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러한 감정들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용기를 갖도록 도와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훈육 또한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한다면 훈육의 적절한 기준을 세우는데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특정 장난감을 고집하거나 사소한 문제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등 겉보기에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에는 종종 정서적 욕구나 좌절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럴 때는 훈육보다는 수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분노

 
분노에 대해서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미디어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분노에 대한 생각과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분노에 대한 신선은 신선했다. 아이들이 화를 내는 행동을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사춘기 아이들이 반항을 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반응이라 말한다. 종종 오해를 받고 폭력과 잘못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하면서 그것만이 전부는 아님을 알려준다.
분노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말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영역, 신체, 생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분노를 표출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분노의 표현은 아이들이 자신의 힘(혹은 권력)을 느끼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건전한 경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표현되지 못한 분노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아동 개인적으로는 무력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분노가 반드시 폭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분노가 건설적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행위라면 폭력은 파괴적이고 해로운 행동에 속한다. 폭력은 종종 분노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화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아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말로 설명을 해도 좋지만 부모의 행동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정서적 반응이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모 또한 자신의 분노를 인정하고, 그 뿌리를 이해하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처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심정으로.
 
 

행복도 가르칠 수 있을까?

 
책에는 아이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삶의 기쁨과 행복은 어린 시절 정서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즐거움은 성공과 사랑과 관련된 감정이라고 가정한다. 즐거움의 감정은 사람로 하여금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즐거움은 강하고 순간적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즐거움을 느끼고 관리하는 능력은 감성 지능과 행복의 중요한 측면에서 중요하다. 챙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과거 경험,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정서적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책에서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정 장애가 있으며 심지어 집 밖을 떠나는 것도 어려운 40세 롤랜드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거의 웃거나 즐거워하지 않는다. 그의 대화에서는 아버지의 끊임없는 판단, 어머니의 과잉보호, 형의 죽음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양육 환경은 개인의 감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정도 느끼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내면에서 처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신체적, 지적 성취를 축하하고, 그로 인한 즐거움을 자주 경험함으로써 정서적 균형을 이룬다.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감정적 변화를 경험하고 이를 스스로 기억하고 회상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정서는 균형을 이룬다. 부모는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고, 아이가 일련의 과정을 겪어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감정의 자연스러움은 물론이고 즐거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방해하는 사회적 규범과 이로 인한 감정의 억압은 그 대표적이 예이다.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또는 너무 슬퍼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보편적인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행복에 다가가는 과정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한다. 책에서는 오히려 부모가 아이 내면의 기쁨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서 정서 발달을 돕고 나아가 우울증 혹은 일상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로 성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에서는 내면의 기쁨이 가득한 부모가 이러한 힘을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삶에서 이보다 귀중한 유산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더 행복하게 살기
vivre plus heureux avec vos enfants

 

 
책의 마지막 장은 아이들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조언들이 들어 있다. 우선 부모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조언, 마음으로 하는 진정한 소통에 대해서 말한다.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서 개인적으로 부모가 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주변에 두어라는 조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을 상기시키고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꼈던 벅찬 행복을 순간들, 당시의 행복을 자주, 그리고 가까이 두라고 말한다.





 
 

 
 
너무 자주 아이의 정서적 필요보다 물질적 풍요나 개인적인 편의가 육아에서도 우선시 되고 있는 것 같아 양심이 찔린다. 아끼는 화분을 망가뜨린 아이에게 그렇게 화를 냈어야 하나? 공원에서 더 놀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럼 혼자 가겠다며 겁을 주어야 했을까? 유기농이라며 먹기 싫은 당근을 먹으라고 강요했어야 했나? 더 비싸고 예쁜 옷을 입히려고 싸웠어야 했을까? 잠자기 싫다는 아이에게 내일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이 말했어야 했을까? 육아에 익숙해져 갈 때쯤 읽으면 좋을 책, 부모가 된 나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할 수 있게끔 해준 책이다. 나를 비롯한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지금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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