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에서 자주 듣는 단어가 부모의 한계 설정이다. 부모의 명확한 지침을 세우고, 그 규칙 안에서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적절한 행동, 책임감,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르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자기 통제력을 기르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명확한 규칙과 기대치를 설정하고, 일관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고, 칭찬과 보상을 통한 긍정적인 강화와 역할 모델을 제공하고, 아이와의 의사소통도 중요하며, 아이의 연령에 맞는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 육아를 학습하다 보면 비슷한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러한 한계 설정을 시작한 프랑스에서도 그 방법과 정도는 의견이 분분하다.
프랑스 육아에서 한계 설정과 훈육을 이야기할 때 징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논의함에 있어 지난 2011년에 프랑스에서도 엉덩이를 때리는 채벌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만큼 훈육에 있어 한계 설정과 처벌에 관한 문제는 아직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한계를 설정하고 자유를 제공하는 프랑스식 육아 방식을 이해하고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한계 설정과 활용 방법에 대한 몇 가지 내용 정도는 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용은 주로 《J'ai tout essayé》를 참고했다. 아이들의 행동 발달과 관련된 책인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리뷰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훈육과 한계 설정
Poser des limites
우선 한계를 설정하는 목적이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계 설정의 목표는 단순한 제한이 아니라 제한을 자녀에게 전달하고 그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는 한계 설정을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금지하는 것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계는 아이가 그 규칙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규칙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연령에 따라 아이들이 직접 탐색하고 개선하고 부모와 조율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규칙과 제한에 따라 거절해야 할 때는 아이의 요청에 '아니요'라고 대답하기보다는 '그만해'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의 요청에 대한 대안을 강조하거나 또 다른 선택 사항을 제안하거나 아이와 새로운 방법 혹은 또 다른 대체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분노를 느낀다. 좌절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리고 아이는 좌절감을 부모에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아이의 이러한 분노를 말로 인정해 주어라. '그래, 사탕을 먹지 못하는 것은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이야'와 같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읊어주고 한계를 인지시켜 주어라.
한계를 이야기할 때에는 금지하기보다는 지시를 담은 말이 더 효과적이다. '올라가지 마'보다 '내려와'가 더 좋다. 아이들에게 허가와 정보가 금지보다 더 오래 각인된다. 이는 아이들은 관심 가는 대로 행동하는 성향 때문이다. 무엇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쪽으로 생각이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생각하는 구조와 맞게 말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라는 금지보다 하라는 지시가 더 효과적이다. 일단 지침이 명시되면 아이의 언어 시스템의 복잡한 처리를 피해 갈 수 있도록 한 단어로 그것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단어를 듣고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지 않아도 되게끔, 그리고 아이가 바로 행동할 수 있게끔.
이걸로도 이미 충분하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면 어른에게 적용되는 화법을 아이에게 활용해도 좋다. 명령조의 화법보다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질문으로 아이의 뇌를 자극할 수 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손잡이를 만지지 말라는 말을 '똑똑한 아이들은 달리는 자동차에서 손잡이를 잡지 않아'라고 대화법이 바뀌었다면 아이는 똑똑한 아이가 되고 싶은 욕구와 손잡이를 만지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그 결과야 뻔하겠지만, 아이 두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훈육에서 칭찬은 과도해서도, 그렇다고 부족해서도 곤란하다. 긍정적인 판단조차도 아이를 긴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칭찬 대신 설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좋다. 명확한 한계에 정확한 설명이 덧붙여진다면 아이는 더 명확하게 자신이 따라야 하는 규칙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한 설명이 뒤따라오면 아이는 더 이상 행동을 암기하지 않게 된다. 칭찬을 받기 위해서, 혹은 과도한 칭찬 때문에 느끼게 되는 부모의 시선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아이가 축구 시합에서 멋진 패스를 성공했다면, 과도한 칭찬 대신 '네가 브라이언에게 공을 어떻게 던지는지를 보았지'라는 담백한 설명만으로 아이에게는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실수를 저질렀거나 문제 행동을 했다면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보다는 발생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나이가 들어야 하겠지만 일부 문제 행동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처벌보다 훨씬 교육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돌아보고 자신의 행동 교정을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만약 아이가 유리잔을 떨어뜨려 깼다면, 아이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부모는 그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당황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아이에게 왜 조심하지 않았는지 채근하기보다 깨진 컵을 치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면, 이미 발생한 상황을 복구하고 자기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유용한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될 것이다.
오늘의 아이들이
어제 아이들보다
더 나쁜가요?
Les enfants d’aujourd’hui
sont-ils pires que ceux d’hier ?
책의 훈육 파트 끝에 이런 제목의 챕터가 이어졌다. '오늘의 아이들이 어제 아이들보다 더 나쁜가요?Les enfants d’aujourd’hui sont-ils pires que ceux d’hier ?' 마치 요즘 아이들의 상태(?)가 이전보다 더 심각한 것처럼 비칠 때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동시에 환경의 변화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나 자극의 정도가 달라졌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변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경일 수 있다. 환경은 변했지만 아이를 기르는 방식은 아직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반응에 그들을 처벌하는 대신, 아이들이 이러한 자극을 조절해서 받아들이고, 정보를 분류내고,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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