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3~6%의 아이들이 주의력 결핍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육아의 특성상 이러한 아이들은 단순히 산만하거나 활발한 성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주의력이 필요한 상황들이 많이 있다. CHU 몽펠리에 병원의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100 questions/réponses pour comprendre et gérer l'hyperactivité chez l'enfant》의 저자인 나탈리 프랑(Nathalie Franc)은 주의력 결핍의 신호를 이해하고 식별하여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의력 결핍 시 나타나는 세 가지 주요 증상
산만함, 충동성, 과잉 행동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는 특정 활동에 몰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과제를 끝내지 못하거나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활동으로 관심이 옮겨지는 경우가 흔한 증상이다. 또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아이가 "멍하니 있는 것 같다"거나 주변 환경에 쉽게 산만해지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충동성은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고려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문제를 읽지 않고 곧바로 답을 작성하거나, 게임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또한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지막으로 과잉행동은 반드시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몸을 비비 꼬고, 지나치게 크게 말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주의력 결핍이 의심이 되는 아이들에게 과잉행동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과잉 행동이 관찰된 아이가 모두 주의력 결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의력 결핍이 있다면 과잉행동을 보일 수 있다.
주의력 발달 과정
아이들의 주의력은 어떻게 발달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다른 수준의 주의력 발달과정을 겪는다. 실제로 주의력을 통해 아이는 성장하고 배우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시작하게 된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집중하는 주의력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자연적으로 갖추고 있는 몇 가지 비주의적 능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주의력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예를 들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과 같은 감각 시스템을 외부 자극을 본능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하고, 눈을 뜨고, 발과 다리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에 집중하도록 발달한다.
0~1세: 초기 주의력의 형성
0세~1세 시기는 아이의 뇌가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깨어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신체의 감각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아이는 주변 자극에 반응하게 된다. 생후 0~6개월 동안 아이의 주의는 외부의 새로운 자극, 갑작스러운 움직임, 놀라운 사건 등에 의해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움직이는 얼굴이나 다양한 표정을 짓는 성인의 얼굴 같은 동적인 자극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는 뇌의 중요한 두 부분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감각 및 운동 시스템을 담당하는 뇌의 뒤쪽 부분과 자발적 통제와 주의력을 담당하는 뇌의 앞쪽 부분이 상호작용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1~2세: 통제된 주의력의 시작
이 시기에는 주의력을 스스로 선택하고 유지하려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더욱 구체적인 탐색 행동을 보이고, 단순한 놀이 이상으로 집중력을 요하는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는 몸이나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도 자신의 의지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딴짓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듣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부모의 반응하는 식으로 다소 분산된 주의력을 보여준다.
2~7세: 주의력 통제 능력의 강화
2세 이후, 주의력 발달에는 ‘실행 기능’이 급격히 발달한다. 아이가 학습과 일상에서 주의를 집중하고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산만한 요소를 억제하고 하나의 활동에 집중하거나,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어도 퍼즐을 맞추는 자신의 놀이에 계속 집중할 수 있고, 장난감 조각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보거나 다른 조각을 찾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 옷을 입는 과정에서 다리를 넣고 지퍼를 잠그기는 등 일정 순서에 맞춰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기부터는 선택적 주의와 지속적 주의, 분산 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선택적 주의력은 특정 자극에 집중하는 능력으로 완전히 만 8세가 될 때까지 발달을 지속한다. 지속적 주의력은 하나의 자극에 더 오래 집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주로 2~3.5세 사이 급격히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분산 주의력은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집중력을 키우는 10가지 방법
1. 몸으로 노는 활동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에게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의 특성상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그들의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 집중이 필요한 활동 전에 마음껏 움직이고 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발달과 집중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 충분한 수면
피곤한 아이는 쉽게 산만해진다. 아이가 연령에 맞는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규칙적인 잠자기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3~5세 아이의 경우에는 하루 10~13시간, 6~12세 아이들은 하루 9~12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을 권장한다. 프랑스 공교육에서는 공식적으로 만 4세가 될 때까지 낮잠을 권장한다.
3. 디지털기기 사용 제한
프랑스에서 디지털 기기는 아이의 집중력을 해치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2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화면 노출 완전 금지하는 것을 권장하고, 3~6세의 아이들에게는 하루 20분 이하로 디지털 기기에 노출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만약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이와 함께 영상을 시청하거나 영상 내용을 설명하는 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프랑스 부모들에게 아이의 디지털 기기 활용 가이드로 3-6-9-12 규칙을 참고한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4. 독서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의 상상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훌륭한 활동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독서 시간만큼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자동차와 관련된 책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그림 그리기와 관련된 책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짧은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독서에 익숙해진 이후에 점차 긴 내용을 읽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다양한 형식의 책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그림책, 만화, 팝업 책 등 다양한 형식의 책으로 흥미를 끌 수 있다.
5. 과도한 자극 제거
너무 많은 외부 자극은 아이를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너무 밝은 조명은 피하고, 부드러운 조명 사용하는 것이 집중하는데 효과적이다. 외부 소음은 차단하고, 집중이 필요한 활동을 시작할 때는 불필요한 물건은 정리 정돈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지나치게 과도한 스케줄 또한 아이의 집중력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6. 놀이
일정 나이가 되면 놀이는 집중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아이는 더 즐겁고 자연스럽게 가기가 즐거워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아이들은 위한 보드게임이 매우 일상적이다. 규칙을 이해하고 전략을 짜며 집중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주로 만 4세 이후부터 시작하는데,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로 인식되고 있다. 블록놀이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향상해 준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3세부터 블록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 클레이로 조형물 만들기와 같은 예술 활동은 프랑스 아이들에게는 거의 일상적인 활동이다.
7. 아이의 관심사 존중 하기
누구나 그러겠지만 아이들은 특히 흥미를 느끼는 활동에 더 집중한다. 반대로 말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활동에는 쉽게 질리고 집중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관심사가 있듯이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활동이 무엇인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성적인 아이는 그림 그리기, 점토 모델링, 그림 그리기와 같은 손으로 하는 활동에 더 흥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활동 적고 사교적인 성격의 아이는 팀 스포츠를 통해 사회성과 집중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8. 함께 시작하고 지켜보기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아이와 함께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같은 행동을 한다는 사실에 어른이 된 것 같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행동을 함께하는 부모 곁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적 요인은 아이가 일에 계속 집중하도록 만든다. 아이가 일단 일을 시작하면, 부모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아이의 활동을 함께하는 지원자이자 관찰자로서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9. 한 번에 한 가지씩
아이들은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어떤 활동을 할 때에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에게 최종 목적지를 알려주되,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스탭별로 한 가지씩 지시하고 기다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계별 활동 규칙은 단순하고 명확할수록 좋다. 복잡한 활동을 하는데 효과적이다.
10. 인내심과 긍정적인 태도 유지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 아닐까? 모든 아이는 각기 다른 속도로 집중력이 발달한다. 아이가 실수를 하거나 산만해질 때도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아이의 행동을 격려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가 어린 시절만큼은 자유롭게 탐색하고 실수하며 성장할 시간을 충분히 허락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결국 스스로 집중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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