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독특하다고 느끼는 문화는 식사 문화이다. 미식가가 유독 많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기만의 음식 가치관이 무척 뚜렷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프랑스에서 식사와 음식에 관한 부분은 아주 중요한 문화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육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옆집 애나 우리 애나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이곳에서는 마주 보고 사는 이웃과도 너무나도 다른 음식을 먹고 즐긴다. 그래서인가? 프랑스 아이들은 비교적 다양한 음식에 대해 관대하다. 이러한 아이들의 육아 환경을 잘 그리고 있는 책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책의 모든 내용을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프랑스 아이들의 육아 환경, 특히 음식에 관한 육아에 대해서 잘 그리고 있는 것 같다.
《French Kids Eat Everything》은 2012년에 처음 출간된 제법 오래된 책이다. 책은 캐런과 그녀의 아이들의 일화를 담은 에세이 형식으로 프랑스 부모들의, 딱히 부모만은 아니지만, 음식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과 그 깐깐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음식을 맛보는 즐거운 탐구를 하는지를 그린다. 책에는 그녀가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일화뿐만 아니라 간단한 프랑스식 건강 레시피와 아이들 식습관 개선을 위한 실용적인 팁도 함께 제공한다.
책은 총 10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프랑스 음식 문화와 그것이 아이들의 식습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음식 매너와 이를 지키는데 느꼈던 어려움, 프랑스 부모들이 생각하는 식사의 중요성, 프랑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전략 등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책 초반에 나오는 아이들이 유치원 (프랑스에서는 학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에서 식사 시간에 대해 자세하게 학습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식사 시간의 중요성, 식사라는 하나의 의식에 참여하고 올바르게 치르기 위한 규칙들을 하나씩 꼼꼼히 배운다. 바쁜 일상에서 대충 한 끼 때우자는 식으로 지내왔던 문화와는 너무나도 다른 가치관을 보고 느끼고 학습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콜라비 실험Kohlrabi Experiment
아마 이 책을 찾은 많은 부모들은 똑같겠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즐길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에게 새로운 맛, 새로운 음식을 맛 보여주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이전에는 먹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식재료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그리고는 '한번 맛보는 게 어때?'라는 기대로 아이 앞에 내민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임에 분명하다. 태어나서 평생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니 입맛에 맞을 리가 없다.
이 책은 나에게 이 간단한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자칭 '콜라비 실험'이라고 불리는 간단한 방법은 다양한 음식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도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채소의 맛을 소개할 때 때로는 찜으로, 때로는 볶음으로, 다른 음식과 함께, 퓨레 형식으로, 소스와 함께... 이렇게 여러 번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면서 맛을 찾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형태로 담긴 야채를 보면서 한 입 먹어보기도, 어쩌면 입에 데어보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괜찮다. 오늘 한 번 상에 올랐으니 다음번에는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열이면 열 모두 처음 먹는 음식에 호기심을 갖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있는다. 매일 먹는 밥을 거부하는 아이는 없듯이 매일 다양한 형태로 먹다 보면 언젠가 익숙해진다는 믿음이 프랑스식 음식 교육이다.
아이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10가지 조언
마지막으로 책에서 정리한 10가지 규칙에 대해서 설명한다. 사실 규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동의할 수 없어 10가지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 부모는 아이에게 음식과 식사에 대한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부모는 음식을 소개하고 제공하는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아이의 니즈를 충족시켜 줌과 동시에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 감정적인 식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훈육이나 보상 같은 대체물로 여길수 있는 생활 방식은 피해야 한다. 음식 섭취는 어떠한 이유가 아닌 영양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고 격려해야 한다.
- 부모와 함께 같은 메뉴로 식사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 일정과 균형 잡힌 메뉴가 중요하다.
- 식사 시간을 가족 행사처럼 여기는 문화를 만들면 좋다. 함께 식사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가 된다.
-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음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식단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강요보다는 기다림을 선택해라.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성된다. 아이에게 새로운 식재료나 음식을 강요하지 말고 맛있게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다.
- 간식은 하루에 한 번 허락하고, 식사 후 1시간 이내에는 간식을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는 식사 사이에 약간 배가 고파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식사는 천천히 그리고 길게 할수록 좋다. 여건이 된다면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과정을 즐기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다.
- 실제 집에서 만든 음식을 주로 섭취하자.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보다는 되도록 신선한 집에서 만든 식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 식사 시간에는 식사 예절보다는 음식을 즐기는 것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 가끔 먹는 즐거움에 집중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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