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기술일까? 우리나라 부모들은 육아를 기술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를 대함에 있어 효율적이고, 전문적이고, 발전적인 선택을 중시한다, 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을 상대하다 보면 육아를 기술보다는 예술처럼 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효율성보다는 감성, 전문성보다는 따뜻함, 발전보다는 안정감을 중시한다. 그들의 이러한 가치관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경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멘탈리즘
멘탈리즘이란, 인간의 심리와 비언어적 신호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의 다리를 놓는 기술을 의미한다. 주로 심리학, 관찰력,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육아에 접목하면 부모는 아이의 말과 행동 이면에 숨겨진 진짜 감정을 읽고, 그들이 표현하지 못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멘탈리즘을 활용한 육아는 단순히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와 아이가 서로 깊이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깊이 있는 소통은 아이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자아 존중감과 자율성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자신을 멘탈리스트라고 부르는 빅토르 빈센트(Viktor Vincent)는 자신의 공연을 부모와 자녀를 위한 예술이라고 소개한다. 멘탈리즘을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그들의 생각을 예측하는 예술일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고 교육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을 연구한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소통과 멘탈리즘 기법
멘탈리즘의 핵심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고 이를 기반으로 더 깊이 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비언어적 표현, 즉 표정, 몸짓, 목소리 톤, 그리고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은 육아에서도 강력한 도구가 된다. 아이들은 종종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행동과 태도에 담긴 메시지를 알아차림으로써 더 나은 소통이 가능해진다.
아이들은 말로 "괜찮아요"라고 하면서도 눈빛이나 표정으로 불안을 드러내기도 한다. 멘탈리즘은 이러한 미묘한 신호를 읽는 능력을 키워준다. 부모가 아이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를 인정해 주면, 아이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너 화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얻는다.
멘탈리즘에서는 언어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와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강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비언어적 소통은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부모가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멘탈리즘은 아이들의 행동을 "왜 저럴까?"라는 의문에서 "어떤 감정이 저 행동을 이끌고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단순히 '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그 행동 뒤에 숨겨진 동기와 니즈에 집중하게 된다.
열린 질문과 공감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육아 방식은 멘탈리즘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이와 대화할 때 닫힌 질문(예: "괜찮아?")보다는 열린 질문(예: "오늘 어떤 일이 있었니?")을 사용한다. 열린 질문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때 부모는 끼어들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공감적 경청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이의 말 중 중요한 부분을 반복하거나 요약하면서 "네가 이런 기분이었구나"라고 확인해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종종 이러한 열린 질문에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프랑스 부모는 이때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속상했구나." 또는 "좀 외로웠나 봐" 같은 감정의 말을 많이 한다. 이러한 감정적 대화는 아이의 내면을 인정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놀이 시간은 아이와 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생각한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할 놀이에서 아이가 특정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표현한다면, 그 캐릭터가 아이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때 부모는 "왜 이 캐릭터를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아이들의 속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할 수 있다.
멘탈리즘을 활용한 소통에서 중요한 점은 판단이나 비난 대신 이해와 공감을 우선시하는 자세에 있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왜 이렇게 했니?"라고 질책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이렇게 느꼈던 거구나.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다.
자율성을 향상시키는 소통
진정한 소통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부모에게 표현했을 때,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수용함으로써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신뢰를 쌓아가게 된다. 평소에 쌓인 신뢰의 힘은 아이가 어려움을 겪게 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아이는 부모라는 안전망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프랑스 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이러한 태도는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중요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또한, 아이의 의견과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는 자율성을 강화하며,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만든다.
진정한 소통은 부모가 단순히 가르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의 삶에 동반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고 아이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관계의 첫걸음이 된다.
멘탈리즘을 활용한 갈등 해결
아이들과의 갈등은 육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멘탈리즘을 활용하면 갈등 상황을 보다 효과적이고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다. 갈등 상황에서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화를 낸다면 "화를 내지 마"라고 지적하기보다, "지금 화가 난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래?"라고 접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말하는 방식을 익힘으로써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할 때 "너는 왜 항상 그렇게 행동하니?"와 같은 표현은 아이를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대신,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는 조금 속상해"와 같이 "I-메시지"를 사용하면,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아이를 비난하지 않는 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을 지적할 때, 행동과 감정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가 장난감을 던지는 건 옳지 않아. 혹시 지금 속상한 일이 있었니?"라는 방식은 행동에 대한 규칙을 명확히 하면서도, 그 행동의 원인이 된 감정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멘탈리즘은 갈등 상황에서 아이의 말뿐 아니라 행동, 표정, 태도에 담긴 메시지를 읽는 데 도움을 준다. 아이가 "싫어!"라고만 말할 때 그 이면에는 좌절, 두려움, 혹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부모가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고 "네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궁금해. 혹시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라고 물음으로써, 아이는 자신의 입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부모 자신의 내면 관리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부모 자신의 내면 관리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부모의 감정과 태도는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신을 잘 돌볼수록 아이와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멘탈리즘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기술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 상태를 쉽게 감지하고 이를 흡수하기 때문에, 부모가 스트레스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짜증이나 화를 다스리기 위해 나만의 호흡법이나 명상을 평소에 연습함으로써 감정을 진정시키는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아이가 실수를 하거나 짜증을 낸다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잠시 멈추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이러한 방식들은 아이에게로 향한 화살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러한 모습은 아이도 보고 배울 수 있다. 화가 난 상황에서 "엄마가 조금 화가 났어. 잠깐 생각할 시간을 가질게"라고 말하면, 아이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건강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아이가 부모의 감정 표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이름과 다루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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