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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프랑스 육아

식탁에서 배우는 삶: 프랑스의 음식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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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사 교육, 아이들과 식사하는 가족

 

프랑스에서는 식사 예절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먹는 법을 배운다는 건,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아이들의 식탁 교육에 관한 책이 따로 있을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음식 교육은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음식 교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는 왜 식사 시간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연습부터, 채소를 거부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지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 조절을 배우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예의를 익히며, 삶의 리듬을 내면화하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식사는 교육의 한 연장선상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이가 세상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를 바로 식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식탁에서, 프랑스 부모들은 음식을 통해 경계, 절제, 예의, 대화, 기쁨을 가르치게 됩니다.

 

 

《프랑스 육아에서 배운다: 자율, 품위, 그리고 경계》

부제: 아이를 ‘작은 어른’이라고 부르는 프랑스 육아 문화와 철학

 

 

"아이 음식은 따로 없어요"

프랑스 가정의 식탁에서는 아이를 위한 음식을 따로 만들지 않습니다.
아이도 어른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이유식기를 벗어난 이후부터는 아이는 부모와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접시에서 식사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이를 위해 별도의 음식을 만들지 않아요.
저녁 메뉴가 라따뚜이면, 아이도 그걸 먹어요.

 

 

이러한 철학은 미각의 다양성, 편식 예방, 음식에 대한 호기심 자극 등 여러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더 나아가 아이는 식사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나는 한 명의 ‘식사하는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다.”
“어른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다.”
“음식은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문화이고 예절이다.”

물론 아이는 새로운 음식,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부모는 이런 아이의 거부 반응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반복해서 다양한 음식을 노출시키고, 그것이 일상이 되도록 만드는 선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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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에 하는 교육

프랑스에서 아이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식사 시간이 하루의 흐름을 정리하고 구획하는 중심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심은 단순히 식사의 기능을 넘어, 아이가 세상의 규칙을 익히고, 자신을 조절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도 합니다. 먹는 시간은 곧 배우는 시간이다라는 말처럼, 식사 시간은 아이들에게나, 또 부모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식탁 교육

 

 

프랑스 부모는 아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아무 때나 음식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루 세 끼 식사와 구테(goûter)라고 불리는 오후 간식으로 구성된 정해진 리듬에 따라 배식합니다.
아이는 이 규칙적인 일과 속에서 기다림을 배우고, 예측 가능한 세계에 익숙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배고프다고 울어도, 점심은 12시에 먹는 거예요.
지금은 놀이터에 있을 시간이지, 과자를 먹는 시간이 아니거든요.

 

식사 시간은 아이에게 하루의 흐름을 알려주는 시계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습관은 아이의 수면 습관, 기분 조절, 집중력 형성 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프랑스 식탁 교육

 

 

식사 시간은 아이에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 이상으로 작용합니다.
욕구를 조절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장처럼 말입니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가 음식을 흘리거나 투정을 부려도 즉시 개입하지 않습니다.
대신 차분하게 아이 스스로 정리하고 자제할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일 일반적입니다.

 

한입 먹어보고 싫으면 안 먹어도 돼.
하지만 다음에 또 나올 수도 있어.
그땐 조금 더 먹어보자.

 

아이는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구분하고 조절하는 힘을 키워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훈련은 이후 또래 관계나 학업 스트레스, 좌절을 겪을 때 중요한 심리적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는 사회적 학습의 시간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프랑스 부모는 식사 시간을 통해 아이에게 공존과 배려의 질서를 가르칩니다.
식사는 함께 하는 것이고, 모두가 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눈 뒤 시작합니다.

식사 전에는 'Bon appétit(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고,
음식을 먹을 때는 조용히 대화하고, 기다렸다가 말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누군가가 물을 달라고 하면, 아이가 따라주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습관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과 예의범절, 협력과 책임의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프랑스 부모는 이러한 식탁의 질서 안에서 아이도 하나의 시민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만듭니다.

프랑스의 식탁에서는 TV도 꺼지고, 스마트폰도 사라집니다.
대신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하루 중 있었던 일을 묻고,
아이도 나름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가족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오늘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선생님이 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이 생각엔 왜 그랬던 것 같은지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정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타인의 말을 기다려 듣는 법, 대화의 흐름을 존중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만듭니다.

결국 식사 시간은 아이의 언어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자기표현 능력이 자라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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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Le Goûter), 문화가 된 간식 시간

프랑스 아이들의 간식은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번, 대개 오후 4시쯤에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을 일반적으로 구테(le goûter)라고 부릅니다.
초콜릿, 바게트, 요거트, 과일 등으로 구성되며, 짧지만 정돈된 하나의 식사처럼 이루어집니다.

문화적으로 구테는 단순한 간식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정해진 시간 외의 간식은 먹지 않고, 단순한 군것질이 아닌 식사의 일부로써 아이가 부모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하나의 권리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러한 구테 문화는 만족 지연을 훈련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일상의 리듬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랑스 아이들은 이 고정된 간식 시간을 통해, 다음 식사까지 기다릴 줄 아는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운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자기 조걸 능력은 공공장소에서의 예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릴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만듭니다.

 

 

프랑스 부모가 음식으로 가르치는 것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음식을 통한 교육은 단순히 좋은 음식을 먹이자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아래 표와 같은 삶의 기술을 학습시킵니다.

 

절제와 기다림 간식 시간 고정, 식사 전 기다리기 훈련
감각의 개방 다양한 식재료 노출, 어른과 같은 음식 제공
사회적 예의 조용히 먹기, “Merci”, “S’il vous plaît” 사용
관계와 대화 가족 식사에서의 대화 훈련, 서로의 하루를 경청하는 태도
자기조절과 자율성 스스로 먹는 습관 장려, 먹을 만큼 덜어 먹기, 배부름을 인지하는 능력 강화

 

이런 철학은 아이를 자율적인 시민으로 키운다는 프랑스 육아의 전반적 방향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먹는 법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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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육아, 식탁 교육

 

 

프랑스의 식탁은 단순한 밥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사회적 규범을 배우고, 타인을 배려하며,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익히는 가장 오래된 학교와도 같습니다.

아이에게 단호하게 '지금은 식사 시간이야', '기다리자', '한 번만 먹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프랑스 부모의 품위는 단지 먹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한 사람으로 대하고, 그가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프랑스 문화를 몸소 실천하는 과정으로 식사시간을 이용합니다.

 

프랑스 육아는 많은 장점으로 주목받지만, 동시에 간과할 수 없는 단점과 문화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프랑스 육아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려 합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의 바름은 어디서 오는지, 단호한 훈육 뒤에 감춰진 프랑스 육아의 권위주의, 칭찬의 절제와 개성 억압 사이의 경계, 그리고 프랑스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 다뤄볼 예정입니다.

 

 

>> 이어서 읽기, 5편. 프랑스 육아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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