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혼낼 때마다, 마음 한편은 언제나 불편한 것이 부모입니다.
'혹시 너무 심하게 말했나?', '지금 화를 낸 게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자책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훈육함에 있어 자책이나 후회를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때로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이 단호함을 사랑의 언어로 사용합니다. 아이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기 위해, 오히려 더 분명한 경계를 세웠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조절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기르도록 기다리게 됩니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건,
아이의 모든 욕구를 받아준다는 뜻이 아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훈육은 오히려 아이에게 규칙을 가르치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 부모들이 어떻게 단호함과 공감을 동시에 실천하며 훈육을 하나의 교육으로 삼는지, 그리고 아이를 꾸짖지 않으면서도 경계를 분명히 하고 품위를 지키는 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 육아에서 배운다: 자율, 품위, 그리고 경계》
부제: 아이를 ‘작은 어른’이라고 부르는 프랑스 육아 문화와 철학
프랑스 육아에서 '안 돼'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와 협상을 시도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 입만 더 먹으면 과자 줄게", "지금 울지 않으면 나중에 놀이터 갈 수 있어" 같이 말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다릅니다.
아이들에게‘안 돼(non)’는 협상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정의 종착점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부모는 비난받지 않는 단호함을 가르친다.
그들은 아이가 그 결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뿐,
그 결정을 뒤집지는 않는다.”
— 파멜라 드루커먼, 『Bringing Up Bébé』
이 단호함은 아이에게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줍니다.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가 명확할수록, 아이는 불안하지 않고 자기 조절 능력을 더 잘 기르게 됩니다.
아이는 배워야 할 존재
프랑스 부모들 사이에서는 훈육이라는 단어 보다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자주 사용합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즉시 벌로 다루기보다는, 그 행동의 맥락과 결과를 설명하고, 이해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을 에듀카시옹(Éducation)이라 부릅니다. 여기서의 교육은 학교교육이 아닌,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 태도와 규범을 가르치는 과정을 뜻합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큰 소리로 장난을 치고 있다면,
프랑스 부모는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는 시간이야. 우리가 큰소리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져. 조금 조용히 이야기해야 해.”라는 식으로 알려줍니다.
아이에게 규칙의 의미와 그 이유를 설명하고, 단순한 제재가 아닌 교육적 상호작용을 시도합니다. 이 과정은 아이가 규칙을 외부 명령이 아니라 자기 행동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핵심 도구가 됩니다.
예의, 존중, 그리고 에트르 비앙 엘레베
프랑스에서 훈육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예의범절과 공손함입니다.
어린아이라도 "안녕하세요(Bonjour)", "감사합니다(Merci)", "부탁합니다(S’il vous plaît)"를 말하는 것을 기본적인 사회적 존중의 표현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프랑스의 전통적 가치인 ‘에트르 비앙 엘레베(être bien élevé)’, 즉 ‘잘 키워졌다’는 평가와 직결됩니다. 여기에는 단지 행동의 바름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존중, 품위 있는 태도, 자기 절제 능력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가 버릇없는 행동을 보일 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건 bien élevé한 행동이 아니야.”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
이처럼 아이의 행동이 가족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방식은
단순히 행동을 교정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고 말합니다.
프랑스식 훈육, 고함 없이 단호하게
프랑스 부모들이 아이를 혼낼 때 고함을 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목소리를 낮추고, 태도의 품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일반적입니다. 그 이유는 고함이 아이에게 공포는 줄 수 있어도 아이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제지할 때도, 프랑스 부모는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은 하지 말자. 너도 알잖아, 그건 우리가 안 하는 행동이야.”
“너 지금 화났지? 하지만 그래도 친구를 때리는 건 안 돼.”
이런 어조의 차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감정이 아닌 규칙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아이 역시 차츰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칭찬은 절제되지만, 인정은 분명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문화에서 아이가 무엇을 할 때마다 "잘했어!", "너무 똑똑하네!" 같은 과잉 칭찬을 하는 경우가 흔한 반면, 프랑스 부모는 칭찬을 아껴 씁니다.
오히려 성과 자체보다는 노력, 태도,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언어로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재구나”라는 칭찬보다는 “정말 집중해서 했구나.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네”라는 피드백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인정은 아이가 외부의 칭찬에 중독되지 않고, 내면적 동기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전문가들을 말합니다. 프랑스 부모는 칭찬은 보상 수단이 아니라, 자율성과 책임감을 강화하는 언어로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실수를 배우는 과정으로 여깁니다.
프랑스 육아에서 실수는 혼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왜 그랬니?”라고 묻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음엔 더 나을까?”라는 접근 방법이 더욱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아이가 실수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기보다는, 자기 행동에 대해 성찰하는 습관을 들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실수할 수 있어.
그건 괜찮아.
하지만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해
이런 태도는 아이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며, 문제 해결 능력과 회복력을 키워주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단호함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말합니다.
프랑스 육아의 훈육은 결코 냉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단호함은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아이를 신뢰하기 때문에, 규칙을 설명하고 기다려주며, 명확한 경계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은 네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안에서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가르칩니다. 이것이 프랑스 육아가 ‘단호하지만 사랑스럽다’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프랑스식 육아의 철학이 가정의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왜 프랑스에서는 아이에게 별도의 음식을 만들어 주지 않는지,
식사를 교육이자 사회화의 장으로 인식되는지,
그리고 구테(Goûter)라는 문화적 리듬이 아이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동시에 프랑스 부모들이 식사를 통해 어떻게 아이의 사회성과 감각을 기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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