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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프랑스 육아

아이를 '작은 어른'이라고 부르는 프랑스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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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작은 어른, 프랑스 육아 철학

 

 

“아이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작을 뿐입니다.”

 

프랑스 육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아이를 아이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단순히 어리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미래의 성인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랑스 부모들의 육아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 있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작을 뿐이다.


— 프랑수아즈 돌토

 

이 문장은 프랑스 육아 철학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아이의 언어적, 감정적, 인지적 능력을 존중하고,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요구하는 접근이라고 말합니다.

 

 

《프랑스 육아에서 배운다: 자율, 품위, 그리고 경계》

부제: 아이를 ‘작은 어른’이라고 부르는 프랑스 육아 문화와 철학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는 프랑스 육아

 

 

프랑스 육아의 전제는 아이를 자율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일방적으로 지켜야 할 존재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사회적 규범을 이해할 수 있으며, 기다릴 수 있고, 자제할 수 있으며, 어른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신뢰는 기다림의 교육으로 나타납니다.

프랑스 부모는 아기가 울 때 즉시 반응하기보다 잠시 멈춤(la pause)을 실천하기도 합니다. 이 작은 기다림은, 단지 수면 교육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신체적 리듬을 익힐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육아 철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이도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존재다. 다만 그 기회를 줄 뿐이다'라는 말처럼 말이죠.

 

 

규칙 안의 자유: 르 카드르(Le Cadre)

프랑스 육아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르 카드르(le cadre)를 자주 언급합니다. 즉 틀이나 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단순한 규칙 정도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규칙들을 활용하는 프랑스식 교육은 아이에게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안정된 경계선을 제공하는 틀로 사용됩니다. 이 틀이 있기 때문에 아이는 불안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프랑스 육아, 르 카드르(Le Cadre)

 

 

이 개념은 흔히 '엄격한 훈육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구조'로 요약되기도 합니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틀 안에서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자율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틀’이 중요할까?

아이들은 무한한 자유보다는 명확한 경계 안에서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고 설명합니다. 프랑스 부모는 이러한 경계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틀은 프랑스 부모와 아이의 대화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이: "과자 더 먹고 싶어요!"
엄마: "식사 전에 과자는 안 돼. 규칙 기억하지?"
아이: "응, 알겠어요. 간식 시간에 먹을래요."

 

이 짧은 대화는 '르 카드르'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부모는 아이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고 규칙의 맥락을 상기시켜 주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아이는 거절을 통해 좌절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기다림과 절제를 배우게 됩니다.

 

프랑스 부모는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르 카드르’는 단순히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규칙을 부모가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의 떼쓰기에 휘둘리기보다는, 처음 정한 틀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할 때, 마음은 약해지죠.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정한 원칙이 무너지면 아이도 혼란스러워해요.”
— 파리 거주하는 두 아이 엄마, Claire의 인터뷰 중에서

 

이 일관성이야말로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세계를 제공하고, 감정 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아이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프랑스 육아, 르 카드르(Le Cadre)

 

 

또 다른 특징은, 구조는 있지만 강압은 없다는 것입니다.

'르 카드르'는 엄격한 통제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프랑스 부모는 강압적인 권위주의를 경계합니다. 규칙을 설명할 때는 언제나 이유를 알려주고, 대화를 통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점에서 프랑스 육아는 권위(authority)와 권위주의(authoritarianism)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용히 해. 시끄러워!"라는 지시는 권위적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식당이니까 조용히 이야기하자. 다른 사람도 식사 중이야."라는 지시는 아이에게 르 카드르의 틀을 제시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규범의 학습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외부에서 강요된 규율이 아닌, 내면화된 행동 기준을 형성하게 됩니다.

르 카드르가 자율성과 연결되는 이유는 오히려 단순합니다.

규틱이 있어야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경계가 없을 때, 즉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불안, 혼란, 무질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가 분명하면,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안전하게 모험할 수 있는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프랑스 육아 철학, 기다림

 

기다림과 좌절의 가치

한국과 달리, 프랑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즉시 얻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합니다. 이들은 기다림, 실망, 좌절을 성장의 필수 요소로 여기며, 아이가 이러한 감정을 겪도록 적절한 거리에서 관찰합니다.

 

아이: "엄마, 배고파요!"
엄마: "조금만 기다리자. 구테 시간이 되면 맛있는 간식이 있을 거야."

이러한 기다림은 아이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 세상은 자신의 속도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 감정을 조절하고 일정을 받아들이는 능력
-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상황을 인내하는 법

이러한 기다림과 절제는 프랑스 아이들로 하여금 감정 조절 능력, 공공장소에서의 행동 통제력, 타인 배려에 있어 탁월한 모습을 보이도록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랑수와즈 돌토

 

루소에서 돌토까지

프랑스 육아 철학은 하루아침에 생김 결과가 아닙니다. 이러한 프랑스 부모의 육아 방식은 계몽주의 시기의 아동관, 그리고 현대 아동 심리학의 성과가 축적된 결과입니다.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를 자연적 성향을 지닌 존재로 보면서도,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프랑수아즈 돌토는 아동을 말이 통하는 인격체로 보았고,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부모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장은 이런 철학적 전통에서 비롯됩니다.

“네가 울고 있는 이유를 말해볼래?”
“이건 지금은 안 되지만, 나중에는 가능할 거야.”
“엄마가 너한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설명해 줄게.”

이러한 언어는 권위와 공감을 동시에 갖춘 양육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식 육아는 아이들의 세계를 별도로 만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에 맞춰가면서 성장합니다.

 

 

어른들이 아이 세계에 들어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른의 세계에 들어와야 한다.

 

 

이러한 문화는 아이의 놀이 공간보다 함께 식사하는 식탁, 함께 가는 박물관, 조용한 대화가 있는 일상을 중시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익히고, 타인을 존중하며,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다음 편에서는 프랑스 육아 철학이 실제 양육 방식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단호한 “안 돼”는 어떻게 교육의 일부가 되는지,
훈육과 처벌은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리고 아이의 예절 교육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

등에 대한 프랑스식 훈육의 실제 사례와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 이어서 읽기, 3편. 규칙은 단호하게, 사랑은 품위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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