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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프랑스 육아

프랑스라서 가능한 특별한 육아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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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육아 환경

 

여유로운 부모의 삶은 결코 쉽게 실현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아이를 존중하지만 휘둘리지 않는 부모,
삶의 균형을 지키는 어른

프랑스 부모를 떠올릴 때 종종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의미하는 육아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렇게 여유롭게 육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느낄 만큼, 프랑스 부모는 육아와 일, 개인 생활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그 여유는 부모 개인의 역량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프랑스식 육아의 바탕이 되는 가정과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 부모들이 덜 불안해도 되는 이유, 육아를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배경, 그리고 프랑스 사회 전체가 아이의 성장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는 과정에서도 필요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육아에서 배운다: 자율, 품위, 그리고 경계》

부제: 아이를 ‘작은 어른’이라고 부르는 프랑스 육아 문화와 철학

 

 

 

가족이 함께 키우는 문화

한국에서도 일반적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단지 엄마의 몫, 또는 부모만의 몫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조부모와 삼촌, 이모와 같은 가족 전체가 육아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됩니다.

실제로 프랑스 부모들은 생후 100일 정도가 지나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준비를 합니다. 주말에 아이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런 문화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문화에서 부모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부모가 부부로서의 시간을 보내야 아이에게도 좋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기에게도 여러 사람과 정서적 유대를 맺는 게 좋아요. 조부모는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는 존재니까요."라는 얘기를 자주 듣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프랑스식 육아의 비간섭적 관여, 즉 아이를 교육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작은 어른이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육아는 부모만의 몫이 아니라 넓은 가족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문화적 태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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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보육원, 크레슈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말이 실감 나는 구조

프랑스 육아의 또 하나의 기반은 국가 지원 시스템에 있습니다. 아이를 낳은 부모는 단순히 출산휴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임신 전부터 육아, 교육, 직장 복귀까지를 아우르는 유기적인 지원을 경험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기본적으로 16주간의 출산휴가가 보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쌍둥이 출산이나 세 번째 아이부터는 휴가 기간이 더 길어지기도 합니다. 남성에게도 11일의 유급 출산휴가가 주어지고, 최근에는 공동 육아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아빠의 육아 참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이를 안고 있는 프랑스 부모

 

 

육아휴직은 부모의 선택에 따라 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중에도 소득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PREPARE 등)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육아로 인한 직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유급·무급 제도의 조합을 통해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100일이 지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육 인프라가 대폭 갖추어져 있습니다. 크레슈(crèche)와 어시스탕트 마테르넬(assistante maternelle)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인프라는 프랑스 부모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크레슈(crèche)

크레슈는 0~3세 영아를 돌보는 공공 보육기관입니다. 대부분의 도시에 운영되고 있고, 보육비는 가정의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득이 낮은 가정일수록 부담이 적게 책정되는데, 각 시청에서 등록하면 지원금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크레슈에서는 전문 인력이 최대 3명의 아이까지만 배정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건강·위생·발달 수준에 대한 관찰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어시스탕트 마테르넬(assistante maternelle)

하지만 한국처럼 모든 아이가 크레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출산 전부터 등록 신청을 하더라도, 자리가 없다면 입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모에게는 어시스탕트 마테르넬이라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공공 기관에 자리가 없거나, 보다 가정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경우 부모는 공인 가정 보육인(어시스탕트 마테르넬)을 직접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자격을 인증받은 개인이로, 소규모 그룹(최대 3명)을 맡아 돌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러한 보육인의 고용에 대해 국가로부터 동일한 기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습니다.

 

에콜 마테르넬(école maternelle)

프랑스는 만 3세부터 의무 유아 교육이 시작됩니다.
에콜 마르테넬이라고 불리는 학교(?)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초등학교에 함께 있는 유치원 정도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 교육이기 때문에 단순한 학교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프랑스 부모들에게는 놀이 중심의 활동, 집단 규칙 학습, 예절 교육, 언어 자극, 신체 활동 등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사회화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에콜 마테르넬을 단순한 공교육의 시작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아이를 사회적 존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훈련장'으로 인식하고, 이곳에서 아이들이 공공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시작하는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프랑스 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일찍부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술을 체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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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의 밸런스

 

 

부모도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정

프랑스 사회에서는 육아를 인생의 전부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부모도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문화 전반에 깊이 스며 있고, 이러한 분위기가 아이 중심의 과잉 몰입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합니다.

부모가 저녁에 아이를 크레슈에 맡기고 요가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즐기고,
아이가 우는 상황에서도 부모가 먼저 자기감정을 추스른 후 아이의 요구에 반응하는 모습.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부모의 개인 시간, 부부 관계, 사회적 정체성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전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만이 아닌, 부모 자신을 돌보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육아는 더 이상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남성의 육아 참여도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식 육아의 여유로움은 개인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가정, 공동체, 제도, 문화가 촘촘히 연결된 사회적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존중하지만, 아이에게 전적으로 종속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이를 혼자 키우지 않습니다. 가족,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함께 그 여정을 나눕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육아의 구조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모두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토대가 된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이어서 프랑스 육아의 토대가 되는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육아의 연장선에서 시작되는 교육은 프랑스 아이들에게 사회화와 책임감, 질서 있는 자유를 가르치는지를 전체적으로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유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교육 체계, 사회적 존재로서의 아이를 전제로 한 커리큘럼, 그리고 교사 양성의 엄격함과 교육의 국가적 표준화 등에 대해서 짧게나마 정리해 보겠습니다.

프랑스식 육아가 어떤 방식으로 교육 시스템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이 어떤 가치와 태도를 배워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어서 읽기, 7편. 교육이 곧 육아라고 말하는 프랑스 교육 시스템의 구조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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