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인 행동 너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왜 이렇게 말 안 들어?"
"또 왜 저러는 거야?"
아이의 고집, 떼쓰기, 짜증, 형제자매와의 다툼…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육아의 일상적인 장면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버릇이 없다거나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라고 느끼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말썽에는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닌, 감정, 발달, 환경 등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습니다.
프랑스 육아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단지 통제 불가능한 나쁜 행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의 내면을 해석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1. 자율성을 키우는 과정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어!', '싫어!', '하기 싫어!' 같은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반응은 표변적으로는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주도성과 의사를 표현하려는 시도입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이 시기를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존중하되, 일관된 한계 설정은 반드시 유지하도록 신경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이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통제받는 상황에서도 협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무조건 억제하면 아이는 더 강하게 저항하거나 감정을 억누르게 됩니다.
만약 무조건 반항하는 아이가 있다면
"혼자 해보고 싶구나. 좋아, 먼저 해보고 어려우면 말해줘. 엄마(아빠)가 도와줄게"
"이건 위험하니까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그다음엔 네가 해볼래?"
아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요구를 전부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의견은 항상 들어주고 반응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혼자 하게 놔둔다'는 ‘방임’이 아닌,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율성을 키워주는 과정입니다.
2. 부모의 태도 반영
아이의 말썽은 단지 그날의 기분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는 가정 내 갈등, 부모의 말투, 감정 표현 방식을 그대로 흡수하는 존재입니다. 부모가 짜증이나 소리 지르기로 갈등을 해결한다면, 아이도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려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육아는 아이를 자기표현을 배워가는 작은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모델링(parent modèle)을 중시하면서 훈육에 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 관리 방식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감정의 이름을 배우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부모에게서 직접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너 화가 많이 났구나. 엄마도 화날 때가 있어. 그럴 땐 이렇게 숨을 크게 쉬어보면 좀 나아져.",
"친구를 때리는 건 안 되는 일이지만, 네 마음은 이해해. 우리 다른 방법으로 화를 풀어볼까?"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에게 올바른 감정표현 방식을 교육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나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은 평소 가족 간의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TV나 책 속 인물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감정 단어를 익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변화와 불안이 만든 감정 표현
이사, 전학, 동생 출생 등 아이에게 큰 변화가 있을 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내면의 불안이 말썽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말로 감정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유아기에는 행동이 곧 언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평소보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워도 그 안의 감정을 먼저 이해해 주려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이에게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게 도와주도록 하는 것이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은 감정을 말로 풀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자신 안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때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언어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요즘 네가 자주 짜증을 내는 걸 보니까 속상한 일이 있는 것 같아. 혹시 바뀐 것 중에 불편한 게 있어?"
"괜찮아. 네 마음이 복잡해도 돼. 천천히 같이 얘기해 보자."
와 같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놀이(그림 그리기, 인형 역할극 등)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네가 화났을 땐 이런 표정이야?", "그럴 때 마음이 어땠을까?" 식으로 제3자를 통해서 감정을 학습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3. 충동 조절의 미성숙
아이들이 갑자기 친구를 밀치거나, 장난감을 던지거나, 자기를 때리는 등의 행동은 아직 충동 조절력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뇌의 전두엽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프랑스 육아에서는 이런 충동적 행동을 훈육보다는 연습할 기회로 봅니다. 감정 조절은 배워야 할 기술이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제한이 아닌 연습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즉각적인 비난은 아이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행동의 원인을 더 깊이 숨기게 만듭니다. 대신, 대안을 알려주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함께 연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네가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먼저 나갔구나. 그런데 사람을 때리는 건 안 되는 행동이야. 다음엔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때?"
"우리는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후~ 하고 내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와 같이 나쁜 감정의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마음 풍선', '감정 온도계', '감정 카드' 같은 감정 표현 도구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가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놀이 손을 꽉 쥐었다 펴기, 숫자 거꾸로 세기, 감정 노래 부르기 등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터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5. 좌절과 욕구불만
"왜 안 사줘! 싫어! 나 안 갈 거야!"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보이는 격한 감정 표현은 좌절감을 견디는 능력이 아직 부족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부모들은 감정 조절을 배우는 훈련의 장으로 활용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해도 사랑받고 있다는 안전한 감정의 울타리를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아이가 좌절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통해 점차 실망을 견디는 힘과 감정 조절력을 기르게 됩니다. 이것이 결국 자기 통제력의 기반이 됩니다.
"정말 갖고 싶었구나. 그런데 오늘은 사는 날이 아니야. 대신 네가 좋아하는 걸 하나 고를 수 있어."
"지금은 안 되지만, 다음에 생일이 되면 그때 한번 생각해 보자."
처럼 말해보세요.
뿐만 아니라 외출 전 아이에게 미리 기대치를 조정해 주는 설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요구를 포기하거나 양보했을 땐 바로 칭찬하고 구체적으로 피드백해주는 것도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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