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훈육하는 것은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는 말에 반대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위험한 행동을 반복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부모들은 '안 돼!'라고 강하고 권위적으로 아이를 제지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아이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로써 훈육한다
말은 쉽고 간단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걸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웨덴 부모들의 선택은 명확하다.
강한 통제보다 따뜻한 온정, 체벌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율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979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수십 년간, 이 나라는 비폭력적이고 존중 기반의 양육 문화를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그렇다면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어떻게 훈육할까?
어떤 방식으로 규율을 세우며, 아이와의 관계를 유지할까?
따뜻하고 독립적인 아이를 키우는 스웨덴 육아의 모든 것
무섭지 않은 훈육
스웨덴식 양육은 '부드럽기만 한 육아'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이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경계와 일관성 있는 규칙이 존재한다.
경계를 넘어갔을 때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를 감정적으로 통제하거나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훈육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우리 아들이 세 살 무렵, 자동차 장난감을 던지며 화를 내곤 했어요. 예전 같으면 ‘던지면 안 돼!’ 하고 큰 소리로 혼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왜 화가 났는지 말해줄 수 있어?’라고 물었죠. 그러자 아이가 ‘엄마가 안 놀아줘서 화났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제야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됐고, 함께 정리하고 새로운 놀이를 찾아줬어요."
스웨덴의 한 부모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그들은 아이의 행동 자체를 혼내기보다, 감정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인터뷰를 100%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보다는 덜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감정을 말로써 전달하고 조절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체벌 금지법의 의미
1979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모든 형태의 아동 체벌을 법으로 전면 금지했다. 이 법은 단순히 "아이를 때리지 말자"는 금지 조항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아동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지닌 시민이기 때문에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었다.
법의 이름은 단순히 '체벌 금지'였지만, 그 본질은 스웨덴 사회 전체의 아동관, 훈육관, 인간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부모의 훈육 권리 vs 아동의 권리
1970년대 이전까지 스웨덴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허용되는 문화였다. 그러나 아동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부모의 권위 아래 복종해야만 했던 아동이 스스로 권리를 가진 독립된 존재로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체벌은 단순한 징계 수단이 아니라, 신체적, 정서적 폭력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스웨덴 의회는 1979년 민법(Föräldrabalken)을 개정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아동은 신체적 체벌이나
굴욕적인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이로써 스웨덴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동 체벌을 명확히 금지한 국가가 되었다.
아동 인권학자 Anna Wigenmark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웨덴의 체벌 금지법은 단지 '때리지 말자'가 아니라, 아동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었습니다. 이 법은 이후 가족, 교육기관, 보육시설 전반의 문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체벌 금지 이후 나타난 실제 변화
법 제정 이후, 스웨덴은 체벌 금지를 문화적·교육적 실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다층적 노력이 뒤따랐다.
정부는 '때리지 않고도 아이를 기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홍보물, 부모 교육 프로그램, 텔레비전 캠페인을 시행했다. 특히 "En liten bok om barnuppfostran(아이 양육에 관한 작은 책자)"는 전국의 가정에 무료 배포되고, 이러한 운동는 부모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도 교사의 체벌 및 고함, 모욕적인 훈육이 엄격히 금지되었다. 교사는 권위자가 아니라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조받게 되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체벌을 지지하는 부모가 다수였으나, 2000년대 이후 체벌을 정당화하는 인식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 90% 이상의 스웨덴 부모가 체벌은 유해하며, 다른 방식의 훈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아동의 권리 의식 강화
스웨덴 아동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배운다. 어른이니까 무조건 옳다는 인식보다는, 상호 존중의 관계 속에서 대화하는 법을 배우며 자란나게 되었다.
이러한 스웨덴의 체벌 금지법은 이후 다른 나라들의 법 제정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2024년 기준으로, 60개국 이상이 유사한 법률을 도입하였으며, 스웨덴은 아동 권리 보호의 국제적 선례로 자주 언급되었다.
유엔 아동 권리 위원회(UNCRC)는 스웨덴의 체벌 금지 모델을 아동 권리 실현의 선진 사례로 평가하고, 다른 국가에도 법 제정과 문화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체벌 없는 훈육은 가능한가?
우리는 여전히 의문을 갖는다. '체벌 없는 훈육이 가능할까?'
스웨덴의 사례는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말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스웨덴 부모들은 체벌 없이도 아이를 훈육할 수 있으며, 오히려 체벌 없는 환경이 더 깊은 신뢰와 자율을 형성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아이를 두려움으로 조정하지 않아요.
아이는 우리가 신뢰해 줄 때,
오히려 더 스스로를 조율할 줄 알게 됩니다.”
훈육이란 즉각적인 복종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아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내면의 기준을 세워주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다.
훈육의 패러다임 변화는 가능한가?
한국 사회는 여전히 체벌을 양육의 일부로 보는 인식이 일부 남아 있다. 사랑의 매, 훈육을 위해서라는 표현은 체벌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감정 코칭 육아, 긍정적 양육, 비폭력 대화법 등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점에서 스웨덴의 사례는 참고할 만한 선진 사례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방면으로 체벌 없는 훈육을 실천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지금 왜 그랬는지 말해볼래?'와 같은 질문을 습관처럼 묻고,
감정의 원인을 묻는 질문은 아이를 안정시키고,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또 가정의 규칙을 아이와 함께 정하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참여한 규칙은 스스로 더 잘 지키며, 규율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됩니다.
실수했을 때는 먼저 감정을 인정해주면서 아이의 긴장을 풀고 대화하고,
명확한 한계와 일관된 반응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규칙을 어겼을 때는 항상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아이가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느낍니다.
사랑과 규율은 대립하지 않는다
스웨덴 부모들은 사랑은 규율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기 때문에 규칙을 세우고,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단, 그 방식은 두려움이나 위협이 아니라, 신뢰와 대화로 이루어진다.
아이에게 진정한 규율은 너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와 함께 전달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체벌 없이도 충분히 단호하고 일관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스웨덴 부모들이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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