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라는 오래된 아프리카 속담은 이미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이 속담은 육아에 대한 피로와 육아의 강도에 대한 의미로 통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통한다.
스웨덴의 육아는 결코 부모 혼자서 감당하는 고립된 과업이 아니다.
조부모, 이웃, 지역사회, 공공기관까지 모두가 육아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사회 전체가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함께 만들어간다. 이러한 공동체 기반 육아는 단지 이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구조화되고 일상 속에 녹아든 스웨덴 육아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따뜻하고 독립적인 아이를 키우는 스웨덴 육아의 모든 것
스웨덴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방식
스웨덴에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주변 이웃, 지역 공공기관, 커뮤니티 단체, 조부모와 교사, 그리고 친구 부모들까지 자연스럽게 육아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그 중심에는 고립된 부모는 없다는 철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함께,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열린 보육소(Öppna förskolan)
스웨덴 전역의 거의 모든 시(kommun)에는 무료로 운영되는 열린 보육소(Öppna förskolan)가 있다.
이곳은 0~5세 미취학 아동과 보호자가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부모는 교사와 함께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또래 부모들과 교류하며 육아의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일부 교육까지도 포함한다.
- 노래 시간(Sångstund): 전통적인 스웨덴 동요를 함께 부르며 정서적 안정 제공
- 책 읽기 시간: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그림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
- 창의적 활동: 미술, 찰흙, 종이접기 등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
- 이민자 부모 대상 스웨덴어 수업: 언어 적응이 필요한 부모를 위한 실용 교육
- 육아 상담 프로그램: 교사 또는 심리상담사가 참여하는 워크숍 운영
또한 지역 커뮤니티 행사와 가족 축제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의 많은 지역에서는 계절마다 Familjedag(가족의 날), Barnens dag(아이들의 날)과 같은 축제가 열린다.
이러한 축제 기간에는 마을 전체가 가족 단위 참여를 장려하기도 한다.
축제에는 야외 바비큐 및 피크닉, 숲 속 자연 탐험 또는 보물찾기, 어린이 장터 및 중고 장난감 교환,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미니 축구 대회, 조부모 초청 세대 간 대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가족 행사를 진행한다.
이런 활동은 또래 관계 형성뿐 아니라 가족 간 유대감, 세대 간 소통,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아동문화사회학자 Karin Bäckström는 "스웨덴의 커뮤니티 기반 육아는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화적 행사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소속되어 있다는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고 설명한다.
또, 눈여겨볼 내용 중에 함께 자라기(Växa tillsammans)라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신생아 부모를 위한 그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Växa tillsammans(함께 자라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보건소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등이 함께 참여해서
신생아 수면 및 발달 이해
감정 조절과 양육 스트레스 관리
부부 사이의 협력과 역할 나누기
양육 가치관 공유
부모 간 친구 만들기
등 예비, 혹은 초보 부모들을 위함 교육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도서관, 자연보호센터,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한다.
스웨덴의 공공문화기관도 아이와 부모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의 일상은 지역 전체가 책임진다는 철학을 실현한다.
지역 도서관에서는 주 2~3회 유아 동화 읽기 행사, 책놀이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박물관에서는 어린이 맞춤 투어, 체험형 전시가 준비되어 있다.
자연보호센터에서는 계절별 가족 야외 프로그램, 텃밭 가꾸기 체험에 참여할 수 있고,
체육관 및 시립 수영장에는 부모-자녀 체육교실을 운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아이에게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 부모에게는 외출의 이유를 제공해 일상 속 육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부모의 역할
스웨덴은 전통적인 대가족 중심 사회는 아니지만,
육아에 있어 조부모의 참여는 매우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스웨덴 사회에서 조부모는 아이의 일상에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개입하는 조력자로서, 가족 전체의 육아 균형을 맞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스웨덴의 조부모 돌봄은 자발적이고 유연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에서는 조부모가 부모의 부재를 채우는 대체자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와 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협력자로써 기능한다.
- 방학 중 단기간 손자녀 돌봄
- 유치원 등하원 보조
- 병원 진료 동행
- 주말 외출 동반 또는 자연 속 산책
- 가족 행사나 커뮤니티 활동 동반 참여
하는 등 스웨덴 조부모들은 돌봄을 도움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조부모의 육아 참여가 의존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조부모의 양육 참여가 일반적이지만 조부모가 주된 양육자가 되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EBS 다큐멘터리의 한 인터뷰에서는 손주가 귀엽지만 솔직히 힘들다는 인터뷰를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보고, 밥 챙기고, 유치원 데려다주고 나면 자신의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들 부부는 고맙다고 말하지만, 가끔은 쉬고 싶다고 호소한다.
스웨덴 | 한국 |
자발적 참여, 개인 선택 존중 | 자녀의 요청에 따른 ‘도움’ 역할, 때론 압박감 |
일정 시간대의 정기적 지원 | 전일제에 가까운 장시간 돌봄 부담 |
감정적 교류 중심 | 학습·식사·훈육까지 책임지는 경우도 많음 |
돌봄 외 시간은 개인 취미·여가에 집중 | 자기 시간 부족, 건강 저하, 정서적 피로 호소 |
이처럼 고마움과 피로, 애정과 부담이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조부모 육아는 때로 가족 간의 갈등이나 정서적 거리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조부모의 돌봄이 의무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보육 인프라로 보육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조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보육 제도의 한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조부모가 대체 보육자 역할을 강제로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 맡길 곳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나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이다.
스웨덴에서도 일부 부모들이 똑같이 말한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
그럼에도 스웨덴 육아 환경을 살펴보면,
지역 사회에서 제공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은 분명
스웨덴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실질적인 수준까지 올라와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진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을까? 아니면 믿고 맡길 곳이 없는 걸까?
부모가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아이를 둘러싼 다양한 손길과 시선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믿음은
육아를 더욱 풍요롭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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