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부모들은 성장 발달표를 학습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과업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들은 아이마다 타고난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을 존중하는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는 육아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프랑스 부모들은 실제로 아이의 발달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적다.
조금 느려도, 그게 바로 아이의 리듬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우리나라에게 육아는 속도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언제 말을 하느냐, 언제 걸음마를 떼느냐, 몇 살에 한글을 떼느냐.
아이의 발달이 ‘남보다 빠른가 느린가’에 따라 부모의 마음은 휘청이고, 조바심은 점점 커져간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는 육아
아이에게 성인처럼 빠른 판단력, 완벽한 집중력, 감정 조절을 기대하는 순간, 우리는 무의식중에 아이의 속도를 무시하게 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프랑수아즈 돌토는 "아이도 하나의 완전한 존재이며, 단지 미성숙한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아이의 느림, 실수, 반복은 성장의 과정이고,
부모의 역할은 그것을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이 아니라 경험이다.
프랑스 유치원의 교육 원칙 중 하나는 바로 그냥 할 수 있게 두기(Laisser faire)이다.
이 말은 단순한 방임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가 신발을 신는데 오래 걸린다면,
바로 도와주기보다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린다.
그 시간은 혼자 하는 기쁨을 배우는 귀중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리듬을 이해하는 구체적인 방법
우선 아이를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의 하루를 조용히 관찰해보자.
언제 집중력이 높고, 언제 쉬고 싶어 하는지,
어떤 활동에서 흥미를 느끼고, 무엇을 피하려 하는지,
이 작은 관찰이 아이의 리듬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빨리 좀 해", "시간 없어" 대신
"괜찮아, 네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라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볌화에서 오는 아이를 향한 신뢰감은 상상 이상으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조급합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옆집 아이, 형제, 또래 친구들과 비교에서 벗어나느 것이다.
비교하는 순간 아이의 고유한 리듬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금 이 아이는 어디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성장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이가 느려 보일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말한다.
“나는 기다릴 수 있는데, 세상이 그렇지 않잖아요.”
맞다. 우리는 속도가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세상의 속도가 아닌, 사랑받는 경험을 통해 자란다.
프랑스 교육 현장에서는 루틴 속에 여유 넣기라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시간표를 짤 때부터 ‘지연’을 예상한 루틴을 만든다.
출발 10분 전 여유, 식사 후 느긋한 시간, 놀이 후 천천히 정리하기 등.
이런 작은 여유가 아이의 리듬을 존중하는 시작이 된다.
그리고 듣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아이의 말과 몸짓을 듣는다는 건,
그 아이의 내면 세계를 함께 걷는 것과 같다.
아이의 느림은 잘못된 게 아니다.
그건 더 오래, 더 깊이 머무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아이는 말보다 몸이 먼저 자라고,
어떤 아이는 수보다 이야기 속 상상력이 먼저 꽃피운다.
그 아이만의 시간표를 믿고 지켜봐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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