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세계 육아

일본의 육아 정책과 현실, 일본 육아 시리즈

728x90
반응형

일본의 육아 정책과 현실, 일본 육아 시리즈

 

일본에서 오랫동안 육아는 가정의 일, 더 정확히는 어머니의 책임으로 여겨져 왔다. 아이를 돌보고,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몫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러한 시선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출산과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전통적 가족 구조의 변화, 그리고 일-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육아를 가족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서 국가가 함께 육아한다는 슬로건이 등장했고,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일본 육아, 그 조용한 힘
따뜻함과 규율, 사이에 있는 일본 엄마들

 

 

일본의 육아휴직 제도

 

일본의 육아휴직 제도

일본의 출산 및 육아휴직 제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다. 임산부는 출산 전 6주, 출산 후 8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고, 이후에는 남녀 모두 최대 1년(특정 조건에 따라 1년 2개월까지)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고용보험을 통해 통상 급여의 67% 수준의 수당이 지급된다.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복직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보육 지원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로 활용되는 정도는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85%에 달하지만, 남성은 2022년 기준으로 17%에 불과하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지만, 중소기업이나 보수적인 직장 환경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을 꺼려한다.

육아 휴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동료에게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 육아를 여전히 여성의 일로 보는 사회적 통념이 남성의 육아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반응형

 

 

1. 제목 넣기

 

 

 

 

반응형

 

 

일본의 보육원

 

일본의 보육원 대기, 그리고 입소 전략

일본의 보육시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보육원(保育園)은 부모가 모두 취업 중인 가정을 위한 시설로, 생후 57일 이후부터 이용 가능하다. 유치원(幼稚園)은 교육 중심 기관으로 만 3세부터 입학 가능한데, 오전 중심의 교육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두 기능을 융합한 인정어린이집(認定こども園)은 보육과 교육을 동시에 제공한다. 부모의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육 시설을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육아 문제 중 하나는 보육원 대기 아동 문제(待機児童問題)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는 보육원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아동이 입소를 기다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보육원, 일본 육아

 

보육원 입소는 단순한 선착순이 아니라, 가정의 소득, 부모의 근무 시간, 형제 유무, 편부모 여부 등 다양한 항목을 점수화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점수 경쟁 속에서 부모들은 입소 전략을 세우도록 만든다. 둘째 아이를 계획적으로 출산해 가산점을 받거나, 파트타임에서 풀타임으로 고용형태를 변경하거나, 심지어 형식상 근무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부모의 불안을 부추기며, 때로는 무리한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보육원 확충 계획을 세우고, 보육교사 인력 양성 확대, 민간시설 보조금 지원, 보육환경 개선 등에 나섰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대기 아동 수는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인기 지역에서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대기기간이 존재한다.

 

 

반응형

 

 

모두가 함께 육아 플랜

보육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9년부터 '모두가 함께 육아 플랜(みんなで子育てプラン)'을 발표하고, 국가 차원의 육아 지원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플랜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보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부분이다. 공공 보육시설 외에도 민간 시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야간 보육 및 병아 보육 등 특수 수요를 반영한 보육 형태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다양화된 가족 형태와 근무시간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두번째로는 보육비 부담 완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2019년부터 3세 유아의 보육과 유아교육을 무상화하고,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2세 아동 보육비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세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한 보조금 확대, 형제 자매 동시 이용 할인 등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도 마련되었다.

 

 

일본, 아빠의 육아 참여
아빠의 육아에는 이런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를 강조한다.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 실적을 기업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홍보 캠페인과 모범 사례 확산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중이다. '육아하는 아빠는 멋지다'라는 캠페인은 일본 전역의 지하철과 버스, 방송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실제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육아 정책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하지만, 그 실행력과 효과는 지역별, 계층별로 편차가 크다. 대도시의 고소득 가정은 정보 접근과 보육 선택권이 넓은 반면, 지방 중소도시나 저소득층은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제한적이다. 또한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처우는 정책 효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어 큰 장애물로 지적된다.

 

 

 

 

반응형

 

 

보육 현실과 변화의 노력

실제 일상에서 맞벌이 부모들은 여전히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아침 출근 전 시간에 쫓겨 등원을 서두르거나,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일상은 신체적 피로뿐 아니라 정서적 부담도 유발한다. 특히 아이가 아플 경우, 당일 갑작스러운 하원 연락은 업무에 커다란 지장을 준다.

일본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있는가보다 아이가 잘 돌봄 받는가, 내가 좋은 부모인가에 대한 심리적 갈등에 더 크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관들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학동보육(学童保育)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을 방과 후부터 저녁까지 돌보며, 일부 지역에서는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연장 보육제도, 병아 보육, 휴일 보육 등도 시행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IT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보육시설 설치, 재택근무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한 전자회사는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자율화하고, 자녀가 아플 경우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육아 리모트 플랜'을 도입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젊은 세대의 일-삶 균형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반응형

 

 


보편적 보육에서 포용적 육아로

'국가가 함께 육아한다'는 구호는 일본 사회의 육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정책적 개입을 확장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과거에는 개인이, 특히 여성이 감당해야 했던 육아의 책임을 사회가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육아휴직 사용률의 성별 격차, 지역 간 보육 격차, 보육 교사 처우 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육아를 둘러싼 정책과 인식, 그리고 실천 방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는 중요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가 함께 육아한다는 말 뒤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가정 내 현실적 문제가 남아 있다. 전업주부의 경력 단절, 아버지의 낮은 육아 참여, 조부모의 역할, 그리고 변화의 기로에 선 젊은 세대의 육아까지, 일본에서 육아는 여전히 치열하다. 우리와 비슷한 그리고 다른 일본 가정의 육아 현실에 대해서 더 깊숙하게 다뤄보자.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