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에 소금과 설탕을 피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
건강한 식습관은 첫 숟가락에서 시작됩니다
아기가 생후 6개월이 되면 모유나 분유 외의 음식을 접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유식입니다. 이 시기는 단순히 식사 연습을 넘어서, 평생의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음식을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 간혹 음식에 소금이나 설탕을 추가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후 1년까지는 소금과 설탕의 첨가를 엄격히 피할 것을 권고합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짜거나 달면 안 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기의 신체 발달과 장기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1. 아이에게 소금이 위험한 이유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체내 수분 균형과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아기의 신장은 나트륨을 효과적으로 걸러낼 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소금 섭취는 신장에 부담을 주고, 체액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생후 1년까지 아기에게 필요한 나트륨은 모유나 분유, 자연식품만으로 충분히 충족됩니다.
소금을 첨가하면 수분 전해질 불균형(hydroélectrolytique imbalance)이 생기고, 심할 경우 신장 손상이나 고혈압의 조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소아과학회(ESPGHAN)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1세 이하 영아에게 추가적인 소금 섭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2. 평생 식습관을 결정짓습니다
아기의 미각은 태어나면서부터 빠르게 발달합니다. 이 시기에 소금으로 인공적인 맛을 학습하게 되면, 나중에 자연식보다 강한 자극적인 음식에 더 익숙해지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입맛은 이후 소아 비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 식단에서도 소금 사용을 줄이면,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설탕이 뇌와 대사에 미치는 영향
설탕은 단순히 맛을 좋게 만드는 재료가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의 뇌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중독성 있는 섭취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설탕 섭취는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여, 단 것을 계속 찾게 되는 식습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는 나중에 탄산음료, 디저트, 가공식품 섭취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며, 소아비만,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높입니다.
특히 짧은 사슬 탄수화물(정제된 설탕)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췌장에 과부하를 일으켜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과일은 괜찮을까?
자연 상태의 과일은 자연 당분(프럭토스)을 함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 아이에게 좋은 탄수화물 공급원입니다. 하지만 과일 주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과일 주스는 섬유질이 제거되어 당분 농도만 높아지고, 혈당 상승 속도가 빨라집니다.
WHO는 생후 12개월 이전에는 과일 주스를 피할 것을 권장하며, 그 이후에도 가능한 한 통째로 제공하라고 조언합니다.
과일은 생으로, 혹은 곱게 갈아 퓌레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5. 자연의 맛에 익숙해지기
아기의 이유식은 채소, 곡류, 단백질(육류, 생선, 달걀노른자) 등 자연식품 위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금과 설탕 없이도 맛있는 식재료의 고유한 풍미를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시기의 핵심입니다.
처음 먹는 이유식이 단맛이나 짠맛으로 시작되면, 이후 자연식품의 맛을 거부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금은 언제부터 먹일 수 있나요?
소금은 생후 12개월 이후부터 소량 먹일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소아소화기학회(ESPGHAN) 등은 생후 1세 이전엔 소금 첨가를 피할 것을 권고합니다.
1세 이후부터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제한하며 소량 첨가 가능하지만, 여전히 최대한 자연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 기준 권장 섭취량을 살펴보면, 1~3세 아동의 일일 최대 나트륨 섭취량을 800mg 이하 (≒ 소금 약 2g)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염분은 가공식품, 간장, 된장, 치즈, 햄, 국물 요리 등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따로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짠맛에 익숙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2~3세까지는 가능한 한 무첨가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합니다.
설탕은 언제부터 괜찮을까?
설탕은 생후 24개월(2세) 이후부터, 아주 제한적으로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WHO 및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생후 2세 이전에는 첨가당(added sugar)을 아예 피할 것을 권장합니다.
2세 이후에도 전체 에너지 섭취의 5% 이하로 설탕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2세 아이의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이 1,000kcal라면, 설탕 섭취는 하루 약 5~6g(티스푼 1작은 술) 정도가 최대라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설탕은 단순히 하얀 설탕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꿀, 시럽, 주스, 조청, 설탕이 들어간 간식류 전반을 포함합니다.
과일 등 자연 상태의 단맛은 제한 없이 제공 가능하지만, 가공된 단맛은 2세 이전 금지, 이후에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식의 기본은 첨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유식은 아이의 건강뿐 아니라 평생의 식습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출발선입니다.
소금과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아기는 스스로 자연의 맛을 익히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의 미각은 빠르게 적응합니다.
부모의 작은 선택 하나가, 아이의 평생 건강을 지키는 큰 발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