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발성은 독립적인 삶의 시작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프랑스 부모들에게 있어 아이의 독립심과 자발적 의지는 영유아 육아에 있어 필수적이 요소로 인식된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 있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은 독립심을 기르고, 자신감을 높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성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아이와 소극적인 아이를 기질 탓이라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프랑스 부모들 사이에서는 적절한 도움과 환경 조성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를 키워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찾아본 프랑스의 한 육아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부모가 아이의 활동을 대신하거나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아이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 들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일상에 과도하게 참견할 경우에 아이는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어려워진다고 경고한다. 반면, 부모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아이의 감정적 자존감을 북돋아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도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프랑스 부모의 동기부여 원칙
프랑스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때 지켜지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그들의 작은 원칙들은 아이의 내적 동기를 강화하고, 그들의 자발성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1. 아이의 내적 동기 존중
내적 동기란, 외부의 보상이나 강요 없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칙은 아이가 준비되었을 때, 스스로 실행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기저귀 교육이라는 것이 없다. 아이에게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겠냐고 의사를 묻고 대소변을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도, 강요하는 일도 없다.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러한 내적 동기는 아이가 단순히 결과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든다. 부모는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을 시도하도록 도는 역할을 자처한다.
2. 노력을 칭찬하기
아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결과보다는 그들의 노력을 칭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숙제를 끝냈다는 사실에 칭찬하기보다는 숙제를 하기 위해 30분을 들였다는 사실에 칭찬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일상에서 무엇을 해냈다는 사실에 대한 반응보다, 무언가를 스스로 시도했다는 사실에 더욱 크게 반응한다. 이러한 반응은 아이에게 하여금 자신이 노력하는 과정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3. 아이의 취향과 나이에 맞는 활동 제안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취향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특정 나이가 되면 깊게 빠져들기도 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의 선호를 최대한 존중한다. 아이의 연령과 능력에 맞는 활동이라면 대부분 아이의 의지대로 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요구하는 모든 활동, 모든 요청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여이가 축구를 하고 싶다면 함께 축구를 하고, 남아가 화장품에 관심을 보인다면 화장품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4. 현실적인 기대치 설정
프랑스 육아는 무척이나 차갑다. 매우 현실적이라는 의미이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에 대한 기대치도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말이 빨리 트였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이른 시기에 걷기를 시작했다고 즐거워하지 않는다. 연령별 발달표나 성장 단계 같은 기준에 의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새로운 무언가를 해내기 시작했을 때, 그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12개월이 되었으니 몇 개의 단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36개월이 되었으니 자전거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러한 기대는 아이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오히려 아이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적절하고 아이 수준에 알맞은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아이는 작은 성공을 경험하며 점차 더 큰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동기 부여 방법
아이들의 자발성을 키우기 위해 단순히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동기를 느끼고 행동하도록 지원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격려하고 스스로 시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1. 우선 함께 해보기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터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부모는 우선 아이와 함께 과업을 완성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후, 부모는 아이가 점차적으로 혼자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양치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다음으로 아이에게 치약을 짜는 것부터 이를 닦고 입을 헹구는 과정을 보여주고 함께한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스스로 치약을 짜고,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구도록 요구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는 차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부모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돕는다.
2. 과도한 도움은 피하기
하지만 아이에게 과도하게 도움을 주는 것은 오히려 자발성을 저해할 수 있다. 매번 양치를 대신해 주거나, 숙제를 대신해 주거나, 아이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부모가 모두 처리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그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일정 시기가 지났고, 아이 스스로 일상의 과업을 해낼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준비되었다면,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기다리거나, 필요할 경우 최소한의 지원만 제공한다.
3. 결과보다 노력
이미 언급했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이 새로운 일을 시도했을 때, 더 큰 반응을 보인다. 결과에만 집중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다. "새로운 시도네!", "좋은 아이디어야!", "열심히 노력구나! 정말 대단해!"와 같은 칭찬을 통해 과정 자체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러한 그들의 표현은 아이가 도전적인 과제를 즐길 수 있게 하고, 꾸준히 시도하는 태도를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4. 아이의 관심사 파악하기
모든 아이들은 그들만의 고유의 관심사와 강점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부모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신들의 아이의 관심사와 능력을 파악하고 적합한 활동을 제안한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는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로 놀이 시간을 보내고, 논리적 사고에 강한 아이에게는 퍼즐이나 게임을 함께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은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동시에 동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5.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현실적 기대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동기 부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실수를 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부정적인 반응 대신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또한, 부모의 기대치는 아이가 스스로 달성 가능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이의 나이에 따른 과업이 아닌, 아이 수준에 맞는 현실적인 요청이 필요하다. 과도한 기대는 아이에게 부담을 주고, 자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다.
자율성을 키우는 환경
아이의 자발성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작은 변화와 일상적인 도구를 활용한다면 아이의 일상에 맞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 아이의 높이에 맞춘 물건 배치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물건이 아이의 신체적 접근 범위에 있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식탁을 차릴 수 있도록 접시, 컵, 수저 등을 아이의 손이 닿는 낮은 서랍이나 선반에 배치하는 등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도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찾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 관찰 타워와 같은 도구 활용
일정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요리, 설거지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적절한 높이를 맞추는 도구가 필요하다. 관찰 타워는 아이가 주방 카운터 높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아이가 요리 과정에 참여하거나 재료를 준비할 때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다. - 깨지지 않는 작은 카트
아이들이 상을 차리거나 물건을 옮기는 등의 활동을 스스로 하도록 격려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크기와 재료로 된 작은 카트를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벼우면서도 안전한 디자인의 수레는 아이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 아이와 함께 키트 제작하기
아이들의 자발성을 키우기 위한 도구는 단순히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식탁 세팅 키트나 정리 도구를 함께 만들면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아이는 자신이 만든 도구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스스로 사용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 - 창의적인 환경 구성하기
아이가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열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리된 물건, 아이의 취향에 맞춘 장난감, 그리고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은 아이의 자발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 해낼 수 있게...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도움을 주되,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는 수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 육아에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을 독려하기 위해 자석 과제표를 활용하거나, 성공을 경험하는 책 등을 활용한다. 동시에 일정 나이게 되면 아이의 연령과 능력에 맞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한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의 페이스에 따라서 맞춰가는 느린 육아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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